잘 부탁해, 2020. 유난히 좋았던 2019년의 '앙코르'를 기원하며 앙코르와트에서.
계획적인 삶을 추구하고, 매달/매년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는 재미로 산다.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이루기 위해 산다랄까. 모든 버킷리스트를 관통하는 인생 최종 목표는 '매일매일을 나답게 살고 (아이디 Everyday Jayday가 여기서 나왔다.), '아 이번 생은 참 즐겁게 살았구나, 다음 생에도 또 나로 태어나고 싶다' 라며 눈을 감는 것이다.'
사족이 길었지만,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좀 특별한 해에 일출로 유명한 앙코르와트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었고, 마침내 때가 왔다. 2020, double twenty, 십진법으로 살아가는 시대에 2020이라는 숫자는 다시 보기 어렵고 새롭다고 판단해서 이번 해로 결정했다. 예상치 않게 연말 휴가가 길어지면서, 더 멀리 가야 되는 호주를 여행해야 하나 잠깐 생각이 들었지만, 목표지향적인 나는 결국 목표를 달성하러 가기로 했다.
구름에 가려 희미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붉게 불타오르는 이 해처럼,
올 한 해도 꾸역꾸역 지내다 보면 불분명하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고 막막한 때가 종종 있겠지만,
결국에는 이 해처럼 붉게 타오르길.
그렇게 새해 소원을 세계적인 사원에서 보내서 일까, 다행히도 2020 첫 시작이 정말 좋다. 준비하고 있던 것들이 하나하나 풀리고 있는 느낌이랄까. 올 한 해 1/6인 두 달이 지난 지금, 올 해의 10가지 목표 중 벌써 3가지 목표를 이뤄 나가고 있다. 사실 목표 중 하나는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이 브런치를 시작하는 것이었는데, 결국 시작했고, 덕분에 여행도 복기하고, 생각도 정리되는 이 느낌이라 무언가 후련하다.
앙코르와트는 택시/툭툭 예약이나 투어를 하지 않으면 유적지를 다니기 쉽지 않고, Big tour / Small tour 등등 잘 모르는 용어들이 등장해 네이버 블로그를 열심히 찾았다. 하지만, 그때 참고했던 리뷰들은 지금의 앙코르와트를 담지 못할 정도로 도시는 빠르게 변했다. 5년 전 씨엠립과 앙코르와트에 대한 후기와 지금의 후기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르다.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빨리 받기 위해 필수적이었던 $1 팁, 원 달라를 외치며 쫓아다니는 아이들, 툭툭(택시) 흥정 스트레스와 사기, 가짜 맥주와 생수, 이게 관광지인지 폐허인지 모를듯한 관리 상태 등의 후기는 어디 갔을까 싶을 정도로 관광 친화적으로 변했다.
세계 미스터리에 꼽혀도 손색이 없을 크메르 왕국의 유적들을 보유하고도, 인프라가 전혀 없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매력을 갖고도,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건 아무래도 내전과 부정부패의 탓이 커 보인다. 그래도 지금은 유네스코와 세계 각국의 지원으로 더욱 관광지화가 되어가고 유적지 또한 빠르게 복원되고 보호되고 있다.
다만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이드 말로는 앙코르 입장권 수익의 70%는 베트남으로 간다고 한다. 캄보디아 정부는 국가가 다른 나라의 경제 식민지가 되지 않게, 입장 수익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그리고 아이들 교육과 보건에 돌아갈 수 있도록 예의 주시하며 국가를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지속 가능한 관광대국을 위해서는 투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양한 로컬 문화 체험 콘텐츠도 만들고, 교통인프라도 발전시켜야겠지. 바로 옆 세계적인 관광대국인 태국을 롤모델로 삼아보면 좋을 듯하다. 특히나 불교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국가니까.
유적지만 보유해서는 관광객을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론 세계적으로 엄청난 관광지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유적지만으로는 관광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쉽지 않으며, 장기 여행을 이끌어 내기도 힘들다. 특히나, 유적지 방문은 한 2~3일 가다 보면 '거기서 거기'처럼 보일 수밖에 없으므로, 투어 중간중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관광 도시 계획도 마케팅과 똑같다. 이 도시만의 콘텐츠를 확실히 설명해야 하고, 여행자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주어 주변 사람들에게 바이럴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며, 그리고 특히나 지속적인 관광 성장을 위해서는 재방문을 유도해야 한다.
앙코르 ZIP-LINE은 좋은 선례이다. 성인이 즐기기에 조금은 시시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앙코르 유적지 한 복판에서 마치 야생 원숭이가 된듯한 느낌으로 짚라인을 타고 숲을 돌아다니는 것은 분명 이색적인 경험이다.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로컬 쿠킹클래스도 관광 이외에 즐길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는데, 태국이나 싱가포르 등지에 비해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곳이 많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무더운 더위에 쉽게 지칠 수 있기에 야외 수영장이 잘 구비된 숙소들이 많으면 좋을 것 같은데, 이 역시도 관광 대국들에 비해 턱없이 양도, 질도 부족한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앙코르와트만의 새로운 콘텐츠와 액티비티를 개발하고, 주변 관광도시들의 장점들을 잘 흡수해서 지속 가능한 관광지가 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교통 문제는 세금을 긴급 투입해서라도 당장 해결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들어야 된다. 씨엠립에는 시내버스 조차 없다. 그렇게 많은 관광객이 오는데도 넘쳐 나는 공급 과잉 수준의 툭툭들은 도시 미관도 해칠뿐더러 교통 체증의 주원인이다.
씨엠립 여행은 관광객이 자체적으로 빅 투어, 스몰 투어, 외곽 투어 등의 루트를 만들어 기사를 빌려 여행하는 식으로 관광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기 있는 기사는 반년 전에 예약해도 늦는다고 한다. 적어도 관광객의 귀찮음도 줄이고, 교통 체증도 해결하기 위해 이런 관광지 루트를 운행하는 순환 버스가 있으면 교통 체증도 어느 정도 해결되고 도시 공해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그게 전기버스면 더더욱 좋겠지.
캄보디아에서 지내는 동안 너무 착하고 순수한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먼저 다가와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어보고, 찾아주고, 심지어 관광지 추천까지 해주는, 그래서 직원보다는 친구처럼 느껴졌던 호텔 스태프나 가이드들이 너무 고맙고 좋았다.
이 스태프 추천으로 일몰을 보러 관광책자나 블로그에 전혀 나오지 않던 언덕에도 올라가기도 했고, 5일 동안 한 두 마디 나눠 친해진 정 때문인지 체크아웃할 때는 스카프까지 선물 받았다. 여행이 좋은 이유 중 하나. 이렇게 짧게 스쳐 지나가지만, 나에게 좋은 감정과 추억을 선사해주는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기회가 된다면 10년 내에 다시 방문할 계획인데 (바이욘 3층과, 못 본 사원들과, 우기 때의 모습을 보기 위해) 그때는 한층 더 밝아지고, 더 건강해진 캄보디아가 되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