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하기 위해 돈 법니다./여행의 온도

영국은 언제나 COLORFUL 하다

좋아하는 여행지를 다시 방문한다는 것.

 

2020. 런던하면 LONDON EYE. 강 바로 앞에 위치한 덕에 대관람차에 올라타 보는 풍경도 좋고, 대관람차를 보는 뷰도 좋다.
2012. 런던의 메인 거리, 옥스퍼드 서커스. 
2012. 흔들리고, 초점도 못맞추고, 재난 영화를 보는듯한 사진 실력.
2020. 사진 실력의 향상 보다는 기술읠 발달 덕분에 그래도 적은 불빛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건질 수 있게 되었다.

 

 

2012. 70일간의 유럽 배낭여행을 계획했었고, 아시아나 런던 히드로행을 타고  70여 일의 유럽 배낭여행을 시작하였다. 내가 처음으로 나의 돈(과 엄마에게 빌린 대출금)으로 떠난 여행이자, 처음으로 떠나는 장기 배낭여행이었다. 이제는 어느 도시를 방문했는지도 다소 희미하지만, 그 70일간 여행의 온도만큼은 쉬이 잊히지 않는다. 

2020년. 처음으로 내가 직접 Project 협의를 하기 위해 해외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벌써 5년 차 직장인이 되어버린 지금. 대학생과는 다른 이유와 감정을 짐과 함께 실은 후, 아시아나 런던 히드로행을 8년 만에 다시 탑승하였다. 그때는 없었던 그 유명한 아시아나 쌈밥 기내식을 먹으며. 출장 미팅 이후 바로 설 연휴인 덕분에 4일간의 여행은 덤이었다.

 

 

문화 체험만으로도 일주일이 부족한 런던

8년 전에도 느꼈지만, 영국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은 다양한 문화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2020. 대표 영드 '닥터 후'에 나오는 폴리스 박스. 닥터 후 반 고흐 편은 고흐 팬이라면 꼭 한번 보자.

 

첫째로는 뮤지컬. 뉴욕보다는 살짝 비싼 감은 있지만, 미리 예약하거나 각 뮤지컬마다 제공하는 데이 시트 등의 프로모션을 이용한다면 영화 2~3편의 가격으로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다. 

사실 미국에서 1년 거주하며 웬만한 뮤지컬을 다 봤기에 유명 뮤지컬 작품 중에 보지 못한 알라딘과 킹키부츠를 보려고 했지만, 하필 2020년부터 잠시 휴장에 들어갔다. 그래서 선택한 작품은 레미제라블 재관람과 스쿨 오브 락. 레미제라블은 영어가 완벽하지 않다 보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어서 다시 선택했지만, 역시나 안 들리던 영어가 들릴 일은 없다.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구사하지 않는다면, 스토리 중심의 드라마 뮤지컬보다는 맘마미아, 북 오브 몰몬, 마틸다처럼 흥겹고 쉬운 코미디의 뮤지컬이나, 라이온 킹, 위키드처럼 스토리보다는 화려한 무대가 인상적인 뮤지컬을 관람하는 편이 낫다. 이번에 관람한 스쿨 오브 락은 스토리를 영화를 통해 이미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드미컬한 노래들 덕분에 자꾸 들썩이게 되었고, 너무나도 흥겨운 락앤롤 그 자체, 정말 락앤롤 대잔치였다.

 

2020. 기대한 것 보다도 너무 흥겹고 즐거웠던 락앤롤 대잔치, 스쿨 오브 락

 

 

두 번째로는, 영국 하면 당연히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 방문이다. 처음 런던 가이드북을 펼쳐봤을 때, 너무 박물관이 존재하여 '도대체 어딜 가야 하지?'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냥 마음 편하게 내가 좋아하는 테마에 맞추어 박물관을 가기로 했다. 8년 전에는 그냥 다들 가곤 하는 대영박물관, 국립자연사박물관, 내셔널 갤러리를 방문했었다.

 

2012. 문화재 약탈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대영 박물관.

 

 사실 특별한 목적 없이 가이드북의 Must-go place라 방문하였고, 그래서 특별한 감흥을 얻을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8년 후 몸도, 마음도, 여행 스킬도 성장한 나는 내가 좋아하는 테마의 박물관만 가기로 했다. 박물관 하나로 런던을 현대미술의 본고장급으로 만들어버린 테이트 모던과, 박물관 건물 자체만으로도 방문 가치가 있는 빅토리아&앨버트 V&A 박물관, 그리고 세계 경도의 기준이 있는 그리니치 천문대 박물을 방문지로 삼았다. 내가 궁금했던 곳과, 좋아하는 현대미술과 건축이 있는 곳, 명확한 테마가 있다 보니 확실히 만족도가 높은 문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런던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으므로 각자의 취향에 맞는 문화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이다.

 

 

2020. 박물관 건물 자체로도 방문 가치가 있는 V&A 박물관
2020. 현대적인 건물 안을 가득 채운 보물과도 같은 유물들.
2020. 본초자오선이 있는 그리니치 천문데, TIME ZONE의 시작. (feat. 유럽은 왜 축구를 새벽에 해요?)

 

세 번째로는, 입헌군주제 하면 바로 떠오르는 나라, 왕실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 첫 번째로 영국 왕실이 뜨는 나라, '여왕'의 대명사가 된 엘리자베스 여왕이 있는 나라라는 점이다. 현재까지 왕실이 존재하는 덕분에 런던 타워나 윈저성 같은 관광지가 잘 보존되어 있고, 근위병 교대식과 같은 전통 있는 문화적 행사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 경복궁처럼 다소 인위적이고 어색한 행사가 아닌, 자연스럽고 이색적인 장면을 느낄 수 있다. 8년 전에는 굳이 시간을 내서 찾아갔지만, 이 번에는 우연히 길드홀을 지나가는 시기에 근위병 교대식을 즐길 수 있었다.

 

2012. 버킹엄 궁전의 근위병 교대식. 명당 찾기는 네이버 블로그를 참조하세요~.
2020. 길 가다 우연히 마주친 길드홀의 근위병 교대식.

 

런던이 문화의 중심지이라 주장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가장 확실한 이유, 해리포터가 런던 곳곳에 살아있다는 것이다. 8년 전에는 없던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이번 여행 가장 고대하던 순간이다. 해리포터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스테이지들과, 소품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제 영화 촬영에 쓰였던 호그와트 성은 해리포터와 함께한 10대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런 인공의 스튜디오가 아니더라도, 런던 등지에서 해리포터를 보고 느낄 수 있다. 워낙 오래된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영화 해리포터에서 나왔던 스타일의 건물들과 골목을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다. 실제 작가가 배경의 모티브로 삼아 역으로 유명해진 장소들도 있고. 

 

2012. 해리포터 강당이자 식당의 배경이 된 옥스퍼드 대학교 강당
2020. 어느 테마파크보다 임팩트 있는 입구, @해리포터 스튜디오
2020, 실제 영화 촬영에 쓰인 호그와트성 세트장.
2020. 그냥 지나가다 보이는 길 거리거리가 해리포터 세트장 그 자체이다.

 

 

과거와 현대가 물 흐르듯 이어진 도시, 런던

 

런던의 심벌이 되어버린 2층 버스, 디젤 버스가 전기버스로 바뀌면서 곡선이 강조된 디자인으로 더욱 현대적으로 변화하였다.
런던의 다른 심벌이자, 자동차 역사까지 보여주는 런던의 블랙캡.
세계 최초의 지하철, 런던 튜브. 'MIND THE GAP' 경고 안내가 인상적인 지하철이지만, 8년이 지난 지금은 어쩐 일인지 안내가 없어졌다.

 

 

이렇듯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역사가 흐르는 런던은 참으로도 재밌는 동네이다. 지루할 틈이 없다. 박물관만큼이나 동네 구역마다 존재하는 특색 있는 마켓들과 백화점마저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해롯 백화점은 지갑을 쉼 없이 열게 만든다. 

맛없기로 세계 최고로 유명하고 비싸기로 악명 높은 영국 음식과 맥주이지만, 의외로 마켓 주변의 맛집들을 찾으면 가성비도 좋으면서 맛도 좋은 레스토랑과 펍들을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트레디셔널 음식이라 할 수 있는 잉글리시 머핀이나,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그리고 피시 앤 칩스들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영국의 식문화는 다른 유럽이나 미국과도 또 다른데, 글로 벌리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꿋꿋이 그들의 식문화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힙한 태국 음식점이나 인도보다 더 맛있는 인도 음식점들, 그리고 미국 못지않은 트렌디한 햄버거집들을 방문하다 보면 맛없는 영국 음식 지뢰를 피해 식도락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2012. 특색 있는 마켓의 대표주자 - 포토 벨리 마켓, 영화 노팅힐의 그곳 노팅힐.
2020. 특색 있는 마켓 대표 주자 - 캠든 록 마켓
2020. 식료품, 푸드 마켓의 대표주자 - 버로우 마켓, 말 그대로 버로우.

 

 

세인트 폴 대성당과 같이 종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경외심을 느끼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규모와 콘텐츠의 대성당도 영국을 다채롭게 만든다. 빅 벤,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나, 버킹엄 궁전과 같은 역사적인 건물들에서 사진도 찍으며 지나는 런던 역사를 쫓는 여행만 해도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2020. 수많은 유럽의 역사적인 성당을 다녔지만, 콘텐츠가 가장 다양했던 세인트폴 대성당. (그만큼 입장료도 사악)

 

반대로 더 샤드나 더 거킨, 시청과 같은 디자인적으로도 건축학적으로도 경이로운 현대적인 건물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나 2주 전에는 예약해야 방문이 수월한 고층건물 꼭대기에 자리 잡은 정원, Skygarden에서의 맥주/칵테일 한 잔은 진정한 시티 라이프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2020. '미사일'모형으로 유명한 더 거킨.
2020. 고층 건물 꼭대기에 위치한, Skygarden. 아이디어 참 좋다.
2020. Skygarden Terrace에서 바라본 런던 시내 풍경.

 

 

유럽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프랑스의 파리나 체코의 프라하처럼 중세의 찬란했던 모습을 그대로 가꿔와 여행자로 하여금 역사의 현장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해 주는 도시들이 많다. 아니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나 이탈리아의 밀라노처럼 고층 건물들이 즐비하고 굉장히 현대적인 도시들도 있다. 하지만, 런던처럼 중세와 현대를 1분 단위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하듯 역사의 흐름이 그대로 살아있는 도시는 단언컨대 없다고 말하고 싶다. 테임즈 강의 수많은 다리들도 각자의 특색과 역사를 담고 있다. 쇼핑으로도 유명한 SOHO 지역은 APPLE과 같은 현대적인 브랜드와 역사적인 전통 브랜드가 뒤섞여 있고, 옥스퍼드 서커스 광장의 전통적인 건물 한복판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광고판)은 도시 이미지의 대표 격인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신구의 절묘한 조화는 런던 도시 풍경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2020. 전통적인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현대적인 브랜드 들.
2020. 어떤 날은, 너무 현대적인 도시의 풍경을 보여주는 런던
2020, 반대로 어떤 날은, 너무나도 중세풍 도시의 풍경을 보여주는 런던.

 

 

 

8년 만에 다시 온 런던 여행을 끝내며.

 

2012. 9와 4분의 3 승장강 (feat. 탈색 머리)
2020. 9와 4분의 3 승강장

 

 

사실 정말  옛날 얼굴에 솜털이 남아있던 아 때 유럽을  기억이었는데 생각해보면 고작 8년이 지났구나.

고작 8년이지만 그때와는 많이 달라진 가치관이나 삶의 방향성도 많이 달라지고여행 스타일도 정말 달라졌다그땐 하루 일과도 기상부터 자정까지 스케쥴링하고여행도 A to Z  훑고 와야 직성이 풀렸었지. 군대 전역 직후라 사실 아무리 늦게 자도 7시면 눈이 떠졌다. 그렇다고 호스텔에서 새로운 친구들과의 비어 파티도 포기할 수 없었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때와 똑같은 여전히 소심하고 많고결단력 있고 싶어 하지만 우물쭈물 대고새로운 사람들 만나고 이야기하는 게 어렵고눈치 안 보는 척 세상 쿨한 자유로운 관종이 되고 싶지만알고 보면  SNS에 포스팅 하나 쓰는 것도 고민하며 쓴.

 아무렴 어때그래도 쓸데없이 해맑고 긍정적인 나니까그리고 이제야 진짜 새해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인 만큼올 한 해도 많이 즐기고배우고성장해보자.

2012. 이 낭만적인 빅벤 앞에서 친구들과 맥주를 먹던 그 날의 추억.
2020. 이 낭만적인 타워브리지와 밀레니엄 브릿지를 보며 회사 동료와 맥주를 먹던 오늘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