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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기 위해 돈 법니다./여행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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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낯설게 만나, 낯설지 않은 사이로. 삿포로에서 '러브레터'는 못 찍었지만, 먹방 메이트는 구했구나. 여행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정말 예상치 못한 인연을 만들기도 한다. 보통 여행을 다녀와서 친구들과 여행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 날의 감정을 오롯이, 정확히, 생생히 전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날의 순간을, 추억을, 감정을, 온도를 함께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2017년 연말, 4일간의 삿포로 여행을 나 홀로 보내다 12월 31일이 되었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과 카운트다운을 함께 할 사람이 있으면, 맥주 한 잔 함께 나누며 수다를 떨 친구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이나 저 먼 타지에서는 지나가는 한국인에게 말도 걸어보고,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LCC의 성장으..
잘 부탁해, 2020. 유난히 좋았던 2019년의 '앙코르'를 기원하며 앙코르와트에서. 계획적인 삶을 추구하고, 매달/매년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는 재미로 산다.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이루기 위해 산다랄까. 모든 버킷리스트를 관통하는 인생 최종 목표는 '매일매일을 나답게 살고 (아이디 Everyday Jayday가 여기서 나왔다.), '아 이번 생은 참 즐겁게 살았구나, 다음 생에도 또 나로 태어나고 싶다' 라며 눈을 감는 것이다.' 사족이 길었지만,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좀 특별한 해에 일출로 유명한 앙코르와트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었고, 마침내 때가 왔다. 2020, double twenty, 십진법으로 살아가는 시대에 2020이라는 숫자는 다시 보기 어렵고 새롭다고 판단해서 이번 해로 결정했다. 예상치 않게 연말 휴가가 길어지면서, 더 멀리 가야 되는 호주를 여행해야 하나 잠깐..
영국은 언제나 COLORFUL 하다 좋아하는 여행지를 다시 방문한다는 것. 2012년. 70일간의 유럽 배낭여행을 계획했었고, 아시아나 런던 히드로행을 타고 첫 70여 일의 유럽 배낭여행을 시작하였다. 내가 처음으로 나의 돈(과 엄마에게 빌린 대출금)으로 떠난 여행이자, 처음으로 떠나는 장기 배낭여행이었다. 이제는 어느 도시를 방문했는지도 다소 희미하지만, 그 70일간 여행의 온도만큼은 쉬이 잊히지 않는다. 2020년. 처음으로 내가 직접 Project 협의를 하기 위해 해외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벌써 5년 차 직장인이 되어버린 지금. 대학생과는 다른 이유와 감정을 짐과 함께 실은 후, 아시아나 런던 히드로행을 8년 만에 다시 탑승하였다. 그때는 없었던 그 유명한 아시아나 쌈밥 기내식을 먹으며. 출장 미팅 이후 바로 설 연휴인 덕분에 4..
말레이시아에 반하다. 말레이시아에 반하다. 처음 말레이시아로 여행 간다고 회사 동료에게 말했을 때, 다들 반응이 "거기 뭐 없지 않아?"였다. 사실 내가 말레이시아를 선택한 이유도 동남아를 가고 싶은데, 태국은 최근에 너무 많이 갔고, 싱가포르는 무언가 심심할 것 같고, '흠... 어디 새로운 딴 곳은 없을까?' 하다 찾은 곳이다. (이 말이 무색하게 사실 올해 9월 싱가포르행 비행기를 끊었다.) 우려와는 다르게 5일 꽉 채운 여정 동안 매일 다른 새로움과 재미를 느끼며 여행을 즐겼다. 말레이시아는 여행하기에 정말 매력적인 국가다. 앙코르와트 같은 임팩트 있는 관광지나 태국의 흥의 끝판왕 같은 나이트라이프는 없지만, 여유롭게 이 나라 현지 문화와 중국, 인도, 그 외의 문화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기 좋았다. 섬 전체가 면세지역..
나의 사랑, 나만의 도쿄. 도쿄만 6번째 방문을 했다. 도쿄는 내가 거쳐간 수많은 도시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도시다. 이 시국과 코로나 여파로 잠시 보류는 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방문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sky scanner를 꾸준히 돌려보는 것 보면. 10만 원의 사상 초유의 가격을 보고 결제 직전까지 갔지만, 그래도 잠시 참기로 했다. 도쿄는 특별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서울에 비해 엄청나게 특출 난 맛집과 쇼핑 거리가 있는 건 사실 아니다. 그래서 "왜 또 도쿄를 가?", "도쿄 가면 도대체 뭐해?", "도쿄에 여자 친구 숨겨 놓은 거 아니야?"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듣는다. 정작 도쿄의 유명 관광지라 할 수 있는 도쿄타워는 가본 적도 없다. 하지만 나는 도쿄에 와 낯선 이방인이 되어 자유롭게 다니는 그 기분..
아바나의 태양처럼 강렬했던, 쿠바에서의 14일 쿠바에서 보낸 14일. 쿠바에 가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7시간 비행기 연착. 짐 검사만 다섯 번은 했다. 짐도 일일이 다 꺼내보고. 이러다 정말 쿠바에 못 가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결국 예상보다 많이 늦은 시간에 아바나에 도착하였다. 쿠바에 공산주의의 나라는 어떨까라는 궁금함으로만 방문하게 된다면, 무한한 실망감만을 가져다줄 것이다. 쿠바는 이미 관광객들에 의해 많이 변하였고, 관광객들이 볼 수 있는 곳은 다른 관광지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레스토랑과 동네 마켓에서는 버젓이 코카콜라를 팔고 있고, 라디오에서는 미국 팝송이 흘러나오고, 티비에서는 미국 프로야구를 보여주기도 한다. 100원쯤 하는 지폐는 체 게바라가 인쇄되었다는 이유로 천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못 사는 관광 국가들이 그러하듯이,..